
[파크시티=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캔자스주 파크시티의 하트랜드 크레디트 유니언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추고 있다. 2026.10.21.
미국 중간선거가 11월 3일 실시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의회 운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7%, 공화당은 35%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선거분석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지난 21일 기준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확보 확률을 78%, 상원은 56%로 제시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승리, 하원 민주당·상원 공화당의 분점, 공화당의 양원 다수당 유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민주당이 양원을 확보하면 예산 심사와 행정부 조사, 상원 인사 인준을 통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 분점 의회에서는 신규 지출을 둘러싼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고, 공화당이 양원을 지키면 기존 정책의 입법 기반이 유지된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과 행정부의 규제·수출통제 권한은 그대로여서 산업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美 수출허가에 걸린 삼성·SK 중국 공장 고도화
반도체는 의회보다 행정부 결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미국 상무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입되는 일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외국계 반도체 공장에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도 철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수출규정이 자동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약 200단 낸드 공정을 286단 V9 낸드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월 5000장, 내년 말 월 4만장의 웨이퍼를 해당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도 중국 다롄 공장의 192단 낸드를 240단 이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양사가 필요로 하는 미국산 장비의 구체적인 허가 범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술 고도화는 단순히 낸드 적층 수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저장용량을 생산하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공정이 복잡해지는 만큼 수율 관리와 신규 장비 투자가 중요해진다. 특히 미국 정부가 기존 공장 운영을 위한 장비 반입과 생산능력 확대를 구분해 심사하고 있어 실제 공정 전환 속도는 허가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경쟁사 YMTC의 추격도 빠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낸드시장에서 YMTC 점유율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2분기 38.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6%에서 33.5%, SK하이닉스는 20%에서 17%로 낮아졌다. 이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아닌 중국시장 수치다. 공정 고도화가 지연되면 생산원가와 제품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 미국 신규 투자와 중국 기존 공장…수익성 딜레마
미국의 반도체 전략은 중국의 기술 고도화를 제한하는 동시에 자국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있다. 지난 15일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신규 낸드 공장 건설 가능성과 중국 다롄 공장의 미국산 장비 수출허가 문제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미국 공장 투자와 중국 장비 반입 허가를 일대일로 맞바꾸는 거래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확정된 투자계획이나 합의로 볼 단계는 아니다.
한국 기업에는 공장별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중요하다. 미국 신규 공장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수율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중국 기존 공장은 장비 도입이 제한되면 공정 개선이 늦어질 수 있다. 미국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공장별 생산원가와 가동률, 메모리 가격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역시 중국 수출 감소와 미국 신규 공장 발주 증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특히 신규 공장 건설은 초기 설비투자뿐 아니라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전력비 등 장기간의 고정비 부담을 수반한다. 반면 중국 기존 공장을 고도화하면 이미 확보한 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지만 수출통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는다. 결국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지역에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공장별 생산원가와 현금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행정부의 수출허가 정책이 한국 반도체기업의 투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AI 전력 수요 급증…데이터센터 비용 부담이 변수
에너지산업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와 인프라 투자비 부담이 핵심 변수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1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소와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지만 전력망 접속과 지역 인허가 지연이 투자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설비를 얼마나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느냐뿐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관련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구글은 이달 6일 컨스텔레이션에너지와 기존 원전 11개 발전단위의 출력을 높여 890MW의 추가 발전능력을 확보하는 20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컨스텔레이션의 관련 투자규모는 43억달러 이상이다. 두 회사는 별도로 기존 발전자산에서 2700MW를 공급하는 15년 계약도 맺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기존 원전의 출력 증강과 장기 전력구매계약으로 연결되고 있는 사례다.
다만 전력 수요 증가가 발전기업의 이익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규제 전력회사는 발전소와 송전망 투자비를 규제기관이 인정하는 요금으로 회수해야 하고, 발전사업자는 전력 판매가격과 건설비, 운영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GE버노바 등 발전장비 제조기업 역시 신규 발전소의 발주와 실제 건설 일정에 영향을 받는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용 발전설비나 송전망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받는다면 빅테크의 투자비도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자체 전력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면 전기료와 지역 인프라 비용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수 있지만, 공화당 역시 주민들의 비용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 중간선거 이후 에너지산업에서는 발전설비 확대 정책뿐 아니라 투자비를 누가 부담하고 회수할 것인지가 기업별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1조5000억달러 국방예산, 방산주에는 '승인 위험'
방산은 반도체와 달리 의회의 예산권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2027회계연도 국방 관련 예산은 1조5000억달러다. 약 1조1500억달러는 일반 재량예산이고, 3500억달러는 별도 예산조정 입법으로 확보하려는 재원이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면 신규 사업과 증액 규모에 대한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 공화당이 양원을 유지하더라도 요청액 전부가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 무기체계의 생산 확대와 신규 무기 개발사업은 예산 위험이 다르다. 미사일과 방공체계의 추가 생산은 기존 계약과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지만 신규 무기체계는 연구개발과 시험, 양산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국방예산 총액이 증가하더라도 조달과 연구개발, 운영·유지비 가운데 어느 분야에 예산이 배정되는지에 따라 기업별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 미국 항공우주·방산 ETF(ITA)는 7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16% 하락한 반면 S&P500은 3.5% 상승했다. 그러나 방산기업들의 실제 일감은 늘고 있다. RTX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총수주잔고 3400억달러 가운데 방산 부문은 1640억달러였다. 노스럽그러먼도 매출 111억달러, 수주잔고 1100억달러를 발표했다.
수주잔고의 구성을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노스럽그러먼은 약 1100억달러의 수주잔고 가운데 501억달러를 예산이 배정된 계약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약 595억달러는 향후 예산 배정이 필요한 계약이다. 이미 계약이 확보됐더라도 실제 예산 집행과 납품 일정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주잔고가 곧바로 이익이나 현금 유입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RTX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1억달러로 전년 동기 약 40억달러보다 감소했다. 기존 미사일의 생산 확대와 아직 의회가 예산을 승인하지 않은 차세대 무기 개발사업도 위험 수준이 다르다. 선거 이후 방산은 국방예산 확정액과 실제 발주, 에너지는 발전설비 투자비 회수, 반도체는 중국 공장 장비 수출허가와 미국 투자 조건이 기업별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